2009년 11월 12일 목요일

길에서 사람을 만나다

내년에 있을 청소년 인문학 캠프를 준비를 위하여 미래를여는아이들 기관 실무자와 함께 강진으로 지난 10일에 답사를 진행하였다.
평소보다 이른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씻고 곧바로 약속장소로 이동, 약간의 신호미준수로 인하여 정확한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물론 함께 동행하기로 한 미래 사무국장님은 이미 도착한 상황이었지만, 동행하기로 한 분은 아직이다. 약 10여분을 기다린 후 실무자와 합류하여 다음 약속장소인 송악으로 이동하였다.
운전은 필자가 담당하였는데. 왜냐고 물으면?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막연한 의무감과 남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필자의 약간의 거친 운전으로 동행자들의 웃음 아닌 웃음을 자아낸 후 예상시간보다 5분정도 일찍 송악에 도착하였다. 총장님과 통화 후 약 10분을 기다려서야 답사 멤버가 모두 모이게 되었다.

답사 목적지인 강진을 향해서 본격적인 출발. 유구를 통해 새롭게 뚫린 공주-서천간 고속도로를 탄 후 서천에서 해안고속도로로 합류하여  목포까지 이동. 이후 2번 국도를 따라 강진에 도착하였다.
운전대는 필자가 잡았는데, 힘들면 다른 사람과 교대하기로 약속을 한 후 이후 줄곧 필자가 운전을 하였다. 유구에서 고속도로를 진입한 후 속도를 낼려고 하는데, 생각보다 속도가 나지 않는다. 아니 차가 소형이라, 아니 겁이 많아서 그리고 차에 익숙하지 않아서... 모두 맞는 말이다. 그리고 특히 익숙하지 않는 소형차라 옆 차선에서 큰 차가 빠른 속도로 지나갈 때에는 특히 겁이 난다. 작은 차가 무지 흔들리기에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더불어 손목에 힘이 전달된다. 그래서 규정속도안에서 달리니 옆자석에 않은 분?이 조금 빨리 가자고 재촉한다. 그리고 차를 보다 부드럽게 길을 들을 필요가 있다하기에... 나도 용기를 얻어 오른발에 힘을 주어 가속도를 낸다. 한참을 달린 후에 속도계를 보니 규정속도보다 한참을 넘어선다. 이제는 앞지르기도 당당하게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설마설마하던 일이 생겼다. 고속도로의 휴게소에서 가스를 넣을 요령으로 중간중간 연료게이지를 체크하였지만 서천JC이후 한참을 달려도 휴게소가 보이지 않는다. 어느새 연료탱크에 불이 들어온다. 배가 고프니 밥을 달라고... 고창휴게소까지는 20km가 넘는 거리이다. 이곳까지는 제발 무사히 도착하길 바라면서 다시 속도를 늦춘다. 경제속도로 달리면 연료가 적게 소비되기에.... 고창휴게소까지는 무사히 도착하였지만, 예상보다 가솔린의 값이 높아 조금만 연료를 체우고 다시 목적지를 향해 출발.

약간?의 과속을 통해 당초 예상했던 시간보다 약 30분정도 단축해서야 강진군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최초의 목적지인 다산초당은 다음 목적지로 하고 백련사를 먼저 들르기로 하였다. 백련사는 통일신라말기의 무염스님이 창건하였다고 전해지는 절로, 절 입구의 동백나무숲이 유명하다. 백련사 주차장 입구에서 약 10여분을 걸어 올라가니 백련사가 보인다. 입구에서 백련사까지는 동백나무숲으로 이루어진 오솔길로 동박새?와 이름모를 새의 울음소리가 우리를 반긴다. 더불어 우리를 위해 꽃비를 내렸는지, 오솔길 곳곳에는 동백꽃이 우리를 반긴다.
그리고 어떤 동백은 꽃망울을 터뜨리려고 준비중이고 또 다른 이는 꽃을 활짝 피워 우리들에게 자랑한다. 그리고 어떤 이는 피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 같다.

백련사에서 강진만을 바라보는 풍경.자체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 같다. 특히 칠성각 앞마당에서 배롱나무 가지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강진만의 바다가 더욱더 운치있어 보인다. 그리고 옛돌과 최근에 만들어진 축대의 신구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물론 필자를 비롯한 방문객들에게 상당한 위압감을 주긴 하지만, 일정한 통일감과 안정감을 주는 축대 이다. 더불어 축대내에서 커다란 돌과 작은 돌과의 조화를 통한 한편의 수묵화도 인상적이다. 특히 명부전 편액옆의 연꽃부조는 일품이다. 처음보는 구조이다.


절 내부의 이곳저곳을 살피는데 키가 헌칠한 외국인 여성이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또 다른 가방은 어깨에 둘러맨 체 절의 여기저기를 살펴보면서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친절한? 총장님이 다가 가 대화를 나눈다. 참고로 총장님은 미국에 1년동안 유학을 다녀오셨기때문에 외국인과의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행들의 질투와 시기심을 한 몸에 받으면서 꿋꿋하게 대화를 진행하신다. 그리고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같이 동행을 요청하니, 그 분도 흔쾌히 수락하여 약 6시간동안  같이 움직이게 되었다.
같이 동행한 외국인을 소개하면 "에스토니아" 출신으로 이름은 "크리스티나"이다. 한달 조금 넘게 한국의 방방곡곡을 여행중으로 한국어는 잘 하지는 못하지만, 읽을 수는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강진관광지도는 한국어로 된 지도를 보면서 다닌다고 한다. 그 중 "안녕하세요"는 능수능란하게 한다.
백련사에서 볼 일을 마친 후 다산초당으로 향하였다. 다산초당입구에서 우리는 잠시 헤어졌다. 본연의 답사 임무를 위해 우리는 수련관에 들러 숙박시설과 주요 체크사항들을 살피고, 크리스티나는 다산초당을 둘러보기로 하고 30분 후에 다시 만나기로 하였다. 우리의 답사 관련 일들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수월하게 진행되었고, 수련관에 계신 직원분들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우리는 분담을 하여 필자는 크리스티나를 데릴러 서둘러 초당으로 가고, 남은 일행들은 숙소 확인등의 나머지 일을 마무리하였다.
수련관 직원분들에게 크리스티나를 소개한 후 인근 식당에서 같이 점심을 먹었다. 크리스티나는 익숙하지는 않지만,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리고 젓가락질도 무척 잘 하였다. 한국에 오기전에 연습을 한 효과라고 한다. 반주로 소주도 덥석덥석 마시며, 굴과 키조개, 김치, 홍합, 반지락국도 잘 먹는다. 그리고 하얀 쌀밥도...

인근 식당에서 다시 수련관으로 오는 와중,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우리는 꿀먹은 벙어리다. 다른 분들은 나보고 이야기를 하라고 하는데... 필자역시 영어가 서툴러 꿀먹은 벙어리다. 간간히 이야기를 하지만 어법이 전혀 맞지 않게 이야기를 하는데, 제대로 알아듣는지 모르겠다.
아마 대충 눈짐작으로 이해하는 듯 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식사하러 갈 때와 올때의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 모두들 반주를 해서인지 아니면, 조금 익숙해져서인지, 아니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식사후의 포만감에 의해서인지...
한 편으론 크리스티나에게 조금은 미안하다. 우리끼리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무심코 창 밖을 응시하거나 눈을 말똥말똥뜨면서 우리를 처다볼 때마다.. 물론 크리스티나를 놀릴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서로가 어색한 분위기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수련관에서 커피타임을 가진 후 강진도자기박물관으로 출발하려고 하는데, 가을비가 부슬부슬내린다. 네비게이션에 익숙하지 않은 필자의 실수로 인해 역주행아닌 역주행도 경험하면서 강진만의 바다를 만끽하면서 도자기 박물관에 도착하였다.

총장님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필자가 본의아니게 크리스티나를 안내하게 되었다. 아까보다는 조금은 능숙?하게 리드를 한다. 물론 이는 필자 본인의 생각임.

도자기 박물관에서 약 1시간정도 관람을 한 후 강진 터미널로 이동하였다. 크리스티나는 당초 해남으로 가려했다가, 전주를 간다고 한다. 새롭게 일정이 생긴 총장님과 크리스티나를 뒤로한체 우리는 다시 천안으로 향하였다.

24시간중 15시간 동안 많은 일들을 경험한 것 같다. 지역사회의 변화를 위해 일하면서 이렇게 많은 시간을 함께 한 적이 없었던 두 분과의 시간도 좋은 것 같다. 서로를 조금은 더 알수 있게되어 좋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낯선 외국인과의 대화, 한국의 문화와 자연에 대한 공감대 형성? 비록 점심이지만 함께한 식사시간, 좁은 차 안에서 서로 부대끼며 이동한 시간과 거리 등 모든 것들이 새롭고 아쉬우면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다.

길을 걸으면서 만난 외국인과 내지인 그리고 동역자.  그들을 통해서 나 자신이 성숙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도전의 의욕과 더불어 일상에서 보다 더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해짐을 느낀다.

지금도 힘든 고행과 배움의 길을 걷고 있을 크리스티나에게... 한국에서의 생활이 즐겁고 행복한 경험이 되었으면...


이 글은 "청소년 인문학 캠프" 강진 답사의 에피소드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