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29일 수요일

충남 서북부 해안을 돌다(3)

충남 자전거 여행의 마지막 여정만 남았다.

간월도 인근의 싸구려 호텔(?)을 투덜대며 나온다. 다시는 여기에 오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말이다.
방조제를 지나는 와중에 인근에 사시는 분으로 보이시는 분이 내 뒤를 따라온다. 내 뒤를 따라오시는 분이 나를 앞지르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내 뒤를 따르도록 할 것인지 자존심 아닌 은연중 기싸움을 벌인다. 나만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다른 분들도 그런지 잘 모르겟다. 하지만 왠지 뒤처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만약에 일행 혹은 아는 사람이면 편하게 길을 피해줄텐데 말이다.

다행이 궁리 포구에 이르니, 주변에 계신 분들과 담소를 나누며 더 이상 나의 뒤를 따라오지 않는다.
포구를 지나 점점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어젯밤 잠자리 비용이 너무 과하고 아깝다는 생각에 마음이 괴롭다. 해변 도로변을 따라 천수만을 편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정자 혹은 벤치가 잘 배치되어 있음을 볼 때마다 어젯밤의 고액의 비용을 지불하면서 편안하지 못한 잠을 잔 것이 자꾸만 되네이게 된다. 만약에 다시 이쪽으로 자전거 여행을 한다면... 다시 이런 실수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지금까지의 여행중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나지 못했는데, 궁리 포구를 지나자 남당항까지 자전거 전용도로가 새로이 생겨났다. 그렇지만, 너무 고민없이 만들다보니 라이더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못한 점들이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차도와 자전거 전용도로 구분을 위해 난간을 설치한 부분은 지자체의 안전을 고려한 최소한의 노력?이라해도 난간과 기둥의 접합부분의 나사못이 돌출되어 약자인 라이더들에게 위협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의 난간으로 도로 횡단이 어려운 점은 과연 자전거 전용도로를 어떻게 봐야할지...

필자가 소유하던 카메라가 고장나는 바람에.... 병원에 맡기고 편안하게 나온 여행이라 다른 카메라라도 챙기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남당항을 지나 홍성방조제를 지난다. 그리고 천북에 이르러 한참을 가도 오천항에 대한 이정표가 나오지 않는다. 필자의 마음이 조금은 초조해진다. 현재 지나는 길은 맞는 건지? 초저녁에 있는 약속시간에는 제대로 맞춰 갈 수 있을지 등의 온갖 잡념이 든다. 이는 체력이 바닥나면서 혼자 가는 것에 대한 외로움의 표출일 것이다. 만약에 동행자가 있었더라면...
오천항은 자동차를 타고 몇 번 다녔던 곳이라, 당초의 생정대로라면 거의 도착할 시점인데 말이다.
배꼽시계의 난동에도 불구하고 한참을 지나니, 많이 본 지형이 눈에 들어선다. 드디어 오천성과 오천항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또 다시 힘차게 페달을 돌린다.
포구에 도착, 파출소에 들려 대천항까지 해안선을 따라 가는 길을 물어보니 친철하게 길을 알려주신다. 더불어 길이 험하니 만약에 힘들면 다시 돌아오면 대천역까지 데려다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말이다.
또한 추천 메뉴와 식당을 확인한 후 맛 있는 점심식사 시간. 뜨거운 국수와 비빔국수의 한 차림. 물론 맛이 조금 짜긴 했지만, 만족이다.
포만감을 이끌고 이제는 대천항을 향해 다시 페달을 밟는다. 경찰관이 알려준 대로 해안선 도로는 가파르고 험준한 편이었다. 솔뫼성지를 지나 대천화력발전소를 지난다. 길이 없으면 마을 도로를 따라 가니 어느덧 저 멀리 보령시내가 보이는 것 같다.

맛난 점심을 먹은 후 친절한 경찰관의 도움으로 다시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간다. 솔뫼성지를 지나... 보령화력발전...
그리고 저 멀리 대천항이 보인다. 드디어 목적지에 다다른 것이다.

목적지가 눈 앞에 보이니 또 다른 욕망이 생긴다. 바로 역으로 갈지 아니면 어항 혹은 해수욕장까지 갈 것인지 말이다. 사람 마음이 이렇게 변덕이 심할 수 있음을 실감하면서 우선 마음내키는 곳까지 가는 것을 목표로 다시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대천역의 열차시간은 대략적으로 알고 있기에 시간을 맞춰 갈 수 있는 곳까지 가기로 하니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그렇지만, 몸의 상처는 점점 쓰라린다.
처음 집에서 나설때 칠보보다 조금 짧은 청바지를 입고 나오면서 2박3일동안 뜨거운 햇볕을 밭아 종아리 일부가 익은 것이다. 첫날은 조금 붉더니, 둘째날부터 본격적으로 따갑기 시작해 지금은 후끈후끈거린다. 수건으로 다리를 감싸면서 햇볕을 가리긴 했지만, 완벽하게 가리진 못했기에..
다리의 따가움이 점점 더해지니, 또 사람의 마음이 변한다. 여기에서 멈추고 천안으로 가자고..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드니, 또다른 목적의식을 느끼기 못해 이곳에서 자전거 여행을 멈추고 대천역으로 간다.
대천역에 도착. 바로 천안으로 올라가는 열차를 탈 수 있어 다행이다.
여름 피서를 마친 사람들로 열차역은 한가득이다. 여기에 필자는 커다란 베낭과 자전거를 들쳐메고 기다리니 여기저기 사람들의 눈초리가 메섭다.
열차 출입구가 좁아 자전거를 들고 타기 위해서는 한참을 실강이해야만 했고, 열차안에서도 자전거 보관대가 없어 보관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객실과 객실사이의 화자장실 옆 짐을 놓는 공간에 자전거를 구겨?넣을 수가 있었다.
자물쇠를 걸어놓았지만, 아무래도 불안하다. 열차의 덜컹거림으로 혹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 혹여 자전거를 누군가 훔쳐가진 않을까 등의 걱정으로 객실안에 있는 필자는 좌불안석이다.

외국에는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 열차를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하루 빨리 일상화되었으면 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주말의 일부구간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일상적 운영이 아니기에 아직은 그림의 떡이라 하겠다.

2시간정도 지나니 온양역을 지난다. 지금 자리에서 일어나 내릴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아산역에서 내릴 수 없을꺼 같다. 다시 좁운 열차안에서 자전거와 실갱이를 한다. 다른 여행객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일념하에

드디어 아산역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방송이 나온다. 그리고 열차가 멈춰 자전거를 들고 내린다....

이제 집까지의 거리는 10분정도 소요...  여기에서 2박3일동안 자전거 여정을 마친다.

이동거리 : 약 97.3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