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15일 토요일

미술을 배우다(3)

블로그를 통하여 배우고 있는 소묘를 올린지 오랫만인 것 같다.
처음 몇 회는 일주일에 한번정도는 배우던 그림의 진척상황과 느낌 등을 블로그에 표출했었는데, 미술학원을 나가는 횟수가 주3회에서 2회로 줄어듦에 따라 그림을 올리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물론 그림을 그리는 대상의 난이도가 점점 높아진 이유와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이유 즉 소질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예전에는 주말마다 화첩을 가져오면서 그동안 그린 그림을 올렸지만, 최근에는 화첩을 계속해서 화실에 놓았기때문이기도 하다.

지금부터는 그동안 그린 그림을 소개할 시간이다. 첫번째 그림은 많이 익숙할 것이다. 맞다. 지난번 블로그에 처음으로 선 보였던 호박꽃으로 우측의 그림이 완성작이다. 조금더 손을 봐야만 완전한 작품이 될텐데... 사진속의 호박꽃 그림을 표출하기가 조금은 어려워 여기엣 마무리하였다.


우측의 두번째 그림은 무엇을 그렸는지 알겠죠. 예 맞습니다. 장미꽃이죠. 아름다운 꽃일수록 가시가 많다는 장미. 장미의 첫 습작은...말을 안 해도 알겠죠. 예 실패작입니다. 나름 열시미 그림을 그렸지만. 뭔가 어색하고 여기저기 손길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다시 과감하게 처음부터 그림을 그린거죠. 물론 학원에서 지도하시는 선생님의 도움이 매우 컸답니다. 만약 도움이 없었다면... 이런 그림은 아마 힘들겠죠. 이렇게 사진을 통해서 표출하니 종이를 통해 보는 느낌과 상당히 다르다. 화면을 통해 본 느낌은 배경 부분이 약간 누렇게 빛 바랜 종이의 질감을 주기에 조금더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이 든다. 반면 종이 위에 그려진 장미의 경우 비록 흰색 바탕이라 하지만 연필가루의 분말이 여기저기 묻으면서 손때 묻은 느낌과 명암의 질감이 화면을 통해서 보는 것보다 좀더 진해보인다.


세번째 그림은 벚꽃이 만발한 가지위에 새 한마리가 앉아 있는 그림이다. 벚나무의 질감과 벚꽃보다는 새에게 촛점을 두고 그린 그림이다. 네번째 그림속의 비행기는 아마도 20C초의 프로펠러 비행기로 아직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이기에 무엇을 그렸는지 알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앞서의 그림들은 그동안 배운 것을 기초로 그린다고 하지만, 막상 이젤위에 하얀 도화지를 놓고 연필을 잡게 되면 그동안 배운 것은 모두 기억의 저편으로 날아가고 부분적인 것만을 보게 된다. 원장님과 지도해주시는 선생님은 전체를 보면서 명암의 덩어리 중심으로 그림을 그리라고 하지만, 아직까지 부분을 중심으로 그리게 된다. 또한 그림의 기본이 되는 도형과 명암, 투시 역시 기억의 저편으로 날아갈 때마다 즉 그런 실수를 되풀이할때마다 나 자신이 왜 이리 작아만지는지..
역시 그림은 나에게 힘이 든다는 것을 새삼느끼게 할 때마다 나의 의지도 조금은 작아질때도 있다. 그렇지만, 하나의 작품이 완성될 때마다 드디어 완성했다는 희열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으니 나에겐 또 다른 행복이며, 이것이 배우는 마력이란 생각이 든다.

2008년 11월 12일 수요일

Paul과 Gupta를 만나다..

11월 11일 "젓가락데이".. 남들은 "빼빼로데이"라고 부르는데, 난 "젓가락데이"라고 부른다. 이유는 단순하다. 젓가락 두짝이 모인 날이고, 젓가락은 동양권 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문화의 아이콘이기에, 최근의 상술에 의해 태어난 "빼빼로데이"보단 훨씬 정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서설이 좀 길었다.
아침 일찍 인천공항에서 Paul을 만나야 하기에 전날 인천에 사는 누나네 집에서 잠을 청했다. 전날 늦게 집을 방문했다고 그리고 잔소리아닌 잔소리를 듣고 저녁을 간단히 먹은 후 인터넷을 통해 가는 방법을 확인한 후 잠을 청했다. 내일 아침일찍 공항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6시에 누나집을 나와 부평역으로 마을버스를 타고 갔다. 인터넷에서 확인한 우체국을 찾지 못해 조금 헤메다가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길을 물은 후 반대편 정류장에서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공항에 도착하니 7시가 넘었다. 당초 메일에는 7시에 도착한다고 해놓고 조금 늦게 도착하게되니 조금은 미안하다. 그렇지만 비행기에서 내려 출국소속을 마치면 30분정도 소요시간이 예상되니 늦지는 않은 시간일거라는 혼자 위안을 삼으며 공항내에서 전광판을 확인하면서 입국 게이트를 열시미 찾았다. 그런데... 입국 비행기와 항공사를 확인해보니 아뿔사 한시간 일찍 도착한 것이 아닌가..큰일이다. 그래도 한편으론 벌써 입국 소속을 끝내 나오지는 않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입국게이트앞에서 서서 빠져나오는 사람들에게 시선이 멈추지 않는다.

게이트 입국에서 조금 있다가 주위를 둘러보니 Gupta와 Paul이 나를 먼저 알아본다. 나 역시 그들을 보고 악수와 가벼운 포응을 한 후 간단한 인삿말을 나누고 상훈씨가 오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인사말을 전하고 공항내의 커피샵으로 가서 커피와 Black Tea, 빵을 구입해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 내가 준비한 선물들을 Paul과 Gupta에게 주었다. 선물은 앞서 말한데로 모임 선생님들이 만들어주신 메모지와 탈 그리고 보자기이다. 선물을 건내주니 Gupta와 Paul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 역시 기분이 좋다.

간단한 요기후 오늘 일정-서울의 창덕궁과 떡 박물관, 인사동거리-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한 후 가방은 보관함에 맡겨 둔 후 가벼운 차림으로 서울행 리무진 버스를 타고 광화문에서 내렸다. 당초 리무진 버스의 종점이 광화문이라, 경복궁 주변으로 예상을 했는데, 나의 예상과는 달리 광화문의 코리아나호텔앞에서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아예 공항에서 조금 더 기다렸더라면 창덕궁앞에서 내려 갔으면 덜 걸었을텐데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서울로 가는 길에 약간의 교통체증이 있었는데, Paul은 짜증이 났는지 공항으로 갈 때는 열차를 이용하자고 한다. 광황문에 내린 후 너무 이른 시간이라 창덕궁 앞의 떡 박물관까진 걸어가기로 하였다. 생각보다 너무 이른 아침이라 떡 박물관에 가더라도 10시에 문을 열기에 걸어가면 10시가 조금 넘을 거란 생각을 했는데, 걷기엔 조금 무리가 있었던 것 같다. 또한 바깥 날씨가 춥다고 했음에도 괜찮다는 Paul과 Gupta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조금은 추운지 몸을 움크리고 있다. 약20여분 걸게 되면 몸도 따뜻해질 거란 생각을 했지만, 막상 걷다보니 몸에서 열이 나는게 아니라 볼과 귀가 더 벌그스레졌으며 입에선 입김이 서렸다. 그리고 떡박물관까진 당초 예상했던 시간보다 조금 더 걸렸다.

떡 박물관에 도착후 Paul과 Gupta가 너무 추워보여 차 한잔을 마신 후 박물관 구경을 하기로 하였다. 바로옆의 떡 까페에서 Black Tea 시켰는데 마침 Black Tea가 떨어졋다고 한다. 모과차 등의 전통차 또는 커피를 권유했는데, Paul은 커피를 시키고 Gupta는 대신 뜨거운 물을 요구한다. 조금은 얄밉다는 생각이 든다. 문화와 전통이 다른 나라이지만, 다른 나라에 왔으니 그 나라의 문화인 음식을 맛보는 것도 괜찮을텐데..더구나 같은 동양계, 비록 인도계미국인이지만 말이다.

차를 마신후 떡 박물관에 들어갔다. 가던날이 장날이라고, 박물관안에는 유치원에서 견학을 왔는지 시끌벅적하다. 떡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도구와 쌀, 떡의 종류, 관혼상제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을 하면서 박물관 내부를 돌아보는 것으로 박물관 일정은 마무리하였다.

창덕궁은 외국인을 위한 영어해설을 다른 외국인들과 함께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같이 움직였다. 같이 동행을 하면서 서툰 언어로 내가 아는 범위내에서 몇 가지 추가 설명을 하면서 같이 움직였다. 궁궐의 건물과 후원의 경치를 보면서 연신 감탄사를 흘린다. 특히 후원의 가을단풍을 보고는.... 역시 자연의 아름다움을 대신할 수 없는것 같다. 조금 더 영어실력이 월등하다면 자유롭게 내가 아는 상식을 설명해주면 더욱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궁궐안내는 1시간30여분으로 일정을 마무리한 후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하니 점심을 싸왔다고 한다. 싸온 점심을 꼭 먹어야 한다고 하니 야속하기만 하다. 손님이기에 한국음식 중 정식을 맛보게 할려고 했는데, 잠깐 들린다하더라도 문화가 다른 나라의 음식문화를 체험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텐데... 내가 너무 그들을 내 입장에서만 본 것 같다.

창덕궁 매표소 옆의 매점에서 음료를 산 후 싸온 음식을 먹고 다음 일정인 인사동에 대하여 이야기 하였다. 그리고 식사 후 걸어서 인사동거리에 다다르니 많은 외국인들이 거리를 누빈다.
많은 외국인들이 들리는 곳이기에 천천히 인도우쇼핑을 할려고 하는데,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상점안으로 들어가서 인도우쇼핑을 해도 괜찮다고 해도, 별 관심이 없다고 하니 맥이 풀린다. 갤러리의 경우 외국에도 많이 있기에 우리의 모습을 보여 줄 것 같지 않아 한국 고가구를 판매하는 곳으로 데리고 갔는데 그 역시 가던날이 장날이라고 휴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다른 것에 대해서는 별관심이 없다. 하는 수 없이 대충 거리를 둘러본후 공항으로 다시 갈 수 밖에 없었다.

당초 예상했던 시간보단 한시간정도 빨리 공항에 도착한 것 같다. 공항에서 아침에 버스에 놓고 내린 안경을 찾은 후 사우나를 원하기에 사우나 시설이 있는 곳을 확인한 후 짐을 맡겨 두웠던 곳에 가서 짐을 찾은 후 간단한 커피와 빵으로 저녁을 먹은 후 아쉬움을 뒤로 한체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였다. 더불어 빨리 결혼하면 좋겟다는 말과 시간되면 다시 미국으로 놀러오라고...

파란만장했던 하루가 지나간다. 공항에서 버스를 30여분 기다린후 나는 천안으로, Paul과 Gupta는 다시 비행기로 인도의 델리로...

2008년 11월 9일 일요일

가을 오서산에 다녀오다

지난 11월 1일, 오늘도 늦잠이다. 계속적으로 피곤이 쌓이는 것 같다.
어제 저녁에 인터넷으로 열차 예매를 하면서 열차 시간에 맞춰 일어나기로 결심을 했지만, 그 놈의 잠귀신은 나를 악의 구렁이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열차 예매시간에 임박해 일어나서 여유롭게 씻지 못하고 대충 빨리 씻은 후 자전거를 타고 아산역으로 출발하려고 하는데, 누나 전화다. 무슨 일이 있는가보다. 아침 일찍 전화를 하는 경우는 시골을 가거나 아니면 무척 드문데...
아침 일정에 쫓겨 누나와의 전화통화를 대충 수습한 후 열시미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아산역으로 달렸다. 때론 신호를 무시해가면서..꼭 열차를 타야겠다는 신념하에서 말이다.
겨우 시간에 맞춰 아산역에 도착, 다행히도 열차가 조금 연착되어 숨을 고르며 느긋이 열차를 기다리며, 누나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를 끝내니 장항선 열차가 오고 있다.
매년 한번쯤은 가을 오서산에 가봐야지... 산등성이의 억새가 무척 반기겠지 하는 설레임으로, 요즈음 마음이 무거웠는데...무거운 짐을 벗어던지고 올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혼자만의 가을 열차여행과 산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열차안은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과 가족, 교복차림의 학생, 대딩으로 젊은 남녀들, 나 처럼 혼자 창 밖을 응시하는 이, 책을 보는 이 등 다양한 모습들이다.

등산복을 입는 이들은 동문인 것 같은데...조금은 교양이 없다. 아니 무지무지하게 교양이 없다. 시끌벅적 아무래도 재래시장의 한 복판에 있는듯하다. 차장이 지나가면서 조용히 해달라고 요청을 하는데도 들은척도 하지 않는다. 난감하기 이를데 없다.

기차여행은 대략 한시간 반정도, 열차안의 사람들로 인해 조금은 짜증이 났지만, 드넓은 억새밭이 나에게 자꾸 손짓을 한다는 생각에...그정도의 불편은 감수 할 수 있다.

광천역에서 내려서 김밥과 약간의 간식을 구입한 후 시내버스를 타고 오서산으로 향했다. 시내버스에는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로, 모두들 입가엔 미소가 한가득이다. 약 십여분 정도 버스를 탄 후 오서산입구에 내려 등산코스를 확인한 후 서서히 산으로 올라갔다.



홍성군과 보령시에 접한 금북정맥의 한줄기인 오서산. 가을 억새로 매년 유명 신문의 한 면을 차지하는 오서산, 그러나 나에겐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준 산이다. 억새에 대한 너무나 많은 기대를 하여서인지 모르겠지만... 산 능성이의 억새밭이 미약한 점과 정감없는 정암사를 제외한 다른 부분은 매력적이었다.



천안의 광덕산보다 높으며, 충남에서 계룡산 다음으로 높은 오서산으로 산 입구의 주차장과 등산로에는 등산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이번 산행은 초행이라서 우선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등산로를 이용하면서, 산을 오르는 사람과 내려오는 사람들로 인해 좁은 등산로, 단풍의 오색입으로 갈아입으면서 만발의 겨울준비에 여념이 없을 녀석들에겐 너무나 많은 등산객은 이들에겐 감당하기가 버겁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여러 가지 고민과 무기력함, 나태함에서 벗어나고파 오랫만에 떠난 등산이었지만, 오히려 지나치게 많은 등산객과 볼품이 적었던 억새 녀석은 오히려 나를 지치게 만드는 요소가 되었다. 그렇지만, 산을 오르면서 등에 흐르는 땀과 시원한 바람 그리고 눈 아래 펼쳐지는 풍경들은 자아를 일깨우는 또 다른 자극제이기도 하였다.
능성이의 듬성듬성있는 억새밭, 오서산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안식년제도를 도입함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보존과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지금의 관리상태로는 얼마가지 않아 폐허만이 남는 오서산이 될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옛 오서산을 아는 이들과 억새의 명성만을 듣고 찾아온 등산객은 현재의 모습을 보곤 더 이상 오서산을 찾지 않을 것 같다. 본인 역시 억새의 명성만을 듣고 갔는데, 감동보다는 실망감이 더 크기에, 단순 등산이라며 모를까 억새를 보러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을 생각이다.

산 정상에서의 막걸리 한잔 혹은 커피 한잔은 마음의 여유를 주지만, 영리만을 추구하는 영업은 좋지 않은 기억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산을 , 자연을 생각하지 않고 나만의 편리함을 추구하기에 여기저기에 버려진 혹은 눈에 잘 보이지 않게 여기저기 감춰든 쓰레기들을 보면서 우리의 자화상을 보니 마음이 착찹하기만 하다. 내 집 혹은 사무실이 더러우면 깨끗하게 치우면서 내가 잠시 산에게 빌려 걸터앉은 자리엔 쓰레기들이 산처럼 쌓이면서 말이다. 자연에게 아니 산 친구에게 미안함도 느끼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씁쓸하기만 하다.

산을 내려올 때는 올라오던 길이 아닌 조금은 다른 등산로를 선택하였다. 쉽게 지루함을 느끼고 한번 다닌 길은 되도록이면 다시 가지 않는 성격이기에 동일 노선을 피해 다른 노선을 선택하였다. 올라올 때보다 사람들도 적었으며 경사도가 조금은 심한 편이어서 주변의 풍경을 살피면서 내려온 것이 아니라 산을 달려내려가듯 내려온 것 같다. 중간에 겨울잠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뱀을 볼 땐, 나도 모르게 머릿카락이 쭈빛쭈빛 곤두 서기도 하였다. 뱀을 본 후론 함부로 아무데나 걸터앉기엔 조금은 겁이나 제대로 앉아 쉬지도 못하고 줄곳 줄행랑을 쳤다.

중간중간 올라오는 등산객들은 볼 수 있었지만 내려가는 등산객은 없기에 조금은 외로움이,, 그리고 마음의 여유가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았다. 마을 어귀에 다다르니 몇 몇 내려가는 등산객을 볼 수 있었으며 마을의 한 가운데에 있는 도로엔 생강, 콩, 고추, 은행, 밤 등의 농산물을 팔려고 나온 할머니,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이 좌판을 깔고, 산을 내려오던 등산객들은 이곳에서 농산물을 사는 모습을 조그마한 시골의 시장에 나온 느낌이 들었다. 시골의 소박하게 아기자기한 농산물을 파는 모습은 아름답지만, 차를 동원한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이 아닌 외지에서 온 농산물과 먹거리 장사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왜 그럴까? 그것은 궁극적인 목적인 것 같다. 생계를 위한 돈벌이인지. 아니면 농산물을 경작하면서 주말에 조그마한 판로를 마련하는 것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마을단위의 자치와 협력을 통해서 농산물 판로를 위한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자본이 들어오는 것이 미덥지 않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등산로와 마을입구의 입지 좋은 곳에 위치한 막대한 자본의 펜션과 먹거리 장사치를 보면서 산동마을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비록 생계를 위한 장사라하지만... 어떤 모델이 바람직한 모습일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또 다른 자화상이기에 가슴이 더욱 아프기만 하다.

한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버스를 기다렸지만, 버스가 오지 않아 광천역으로 걸어가기로 결심을 하고 버스를 타고 오던 길을 따라 길을 거닐었다. 가끔 버스가 오지 않나 뒤를 흴끔흴끔 돌아보긴 했지만, 40여분 넘게 걸어오면서 버스는 보지 못했다.

광천역에서 미리 예매한 기차표를 찾은 후 20여분을 기다린 후 열차를 타고 다시 천안으로 올라왔다.

서울에서 Paul을 만날 기쁨을 만끽하다.

이제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인도계 미국인 친구와 친구 가족을 만날 날이...
지난 5월 로타리클럽의 GSE프로그램으로 미국 캘리포니아를 한달 동안 다녀온 적 있다.
첫 방문지인 Temeculla에서의 실질적인 첫번째 호스트주인이었던 Paul(Paul and Gupta, Ritesh)이 고향인 인도를 방문하면서 잠시 한국에 들린다고 한다. 비록 짧은 호스트 기간이었지만, 나 때문에 방을 비우게되어 불편했을 Ritesh, 식사와 여러가지 도움을 주고, 나의 짧은 영어 실력으로 인해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느낌을 공감해주면서 들어준 Gupta, GSE일정때문에 바쁜 와중에도 나를 여기저기 차로 데려다주고 데려온 Paul.... 지금도 그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처음 이메일을 받았을 때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귀국 후 이메일을 통한 연락외에 별도로 고마움을 표하지 못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연락도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보고 싶다는 문구와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장거리 비행일지라도 한국을 방문해서 나를 만나고 싶다는 메일을 읽게 되니 너무 기분이 좋다. 한편으로 나의 영어실력이 그 이후로 나아지지 않아 제대로 한국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걱정이다.
두번째 이메일 교환중 잘못 이해로 인해 조금은 미안하지만, 새로 보낸 메일을 통해 Paul의 일정을 이해할 수 있어 다행이다. 서울에 많은 시간은 머물순 없지만, 그래도 한국의 대표적인 모습을 소개해주고 싶어 오늘은 인사동과 궁궐을 중심으로 사전 답사를 다녀왔다. 덕수궁 답사중에는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때 아닌 가을비를 만났으며, 창덕궁은 너무 가서 궁궐 답사를 할 수 없어 아쉬움이 남았지만, 인사동에서 약간의 선물을 준비하게 되어 다행이다. 선물은 선비탈과 보자기이다. 지난번에 인사동에 왔을 때 무엇이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탈 혹은 병풍을 고민했는데, 오늘 막상 살려고 하니 어떤 것이 좋은지 모르겠다. 여러가지 고민을 하다가 선비탈을 구입하니 조금은 허전한 느낌이 들어 보자기로 선물을 쌀려고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다가 맘에 드는 보자기를 찾긴 했지만 생각보다 가격이 비쌌다. 그렇지만, 선물을 받을 Paul을 생각하니 조금도 아깝지가 않다.
지금 생각해도 보자기의 경우 한국의 실용성과 대표성을 알려줄 수 있는 물건이라고 생각된다. 앞으로 연말 혹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미국의 호스트 가족들에게 보내줘야 하는데, 오늘 구입한 다양한 보자기를 선물로 보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몇 가지 걱정이 있다. Paul이 11일 아침 일찍 인천공항에 도착하는데, 식사와 일정을 어떻게 잡아야 할 지 모르겠다. 장거리 여행으로 피로도 많이 쌓일텐데 그리고 먹을거리도.. 인사동 곳곳의 한정식집과 떡까페를 둘러 보긴 했지만 입맛에 맞을 지 걱정이다. 더불어 앞서 언급했지만 나의 짧은 영어 실력을 하루아침에 높일 수는 없고....평상시 영어 공부좀 많이 할 것 왜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