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 사진을 함께 배우는 친구들과 천안의 명동거리에서 터미널까지 골목길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다. 필자 역시 역에서 터미널까지 대흥로르 따라 자주 걸어다니거나, 자전거를 이용해 움직였지만, 골목길만을 따라 가긴 처음이었다.
명동거리를 지나 우체국 뒷편의 공설시장 그리고 복자여고담길을 따라 북중과 공고길 그리고 다시 터미널로 향하였다. 담쟁이 넝쿨과 잎이 한 몸이 되어 채붉은색으로 갈아입은 뒤 뒤엉켰으며, 석양의 붉은 노을과 조화를 이루는 학교 담. 구불구불하게 이어진듯 싶더니 어느새 벽으로 막혀 더 이상 길이 없는 막다른 길. 벽과 벽사이가 매우 좁아 한 사람만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길. 좁고 구불구불했던 길이 어느새 소방도로(도시계획도로)와 접하면서 확 트인 길. 지붕이 낮게 연이어 이어진 집들과 집들 사이의 골목길. 시멘트로 만든 귀면(용면)와 혹은 양철판 그리고 기와. 시멘트 블록으로 만든 벽 그리고 철망과 깨진 유리병으로 만든 벽. 일제의 영향을 받은 다세대 주택. 습하고 어둑침침한 틈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다양한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한번 권하고 싶다. 도심의 뒷골목인 골목길을 걸어보라고....
골목길의 위치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지 고민이다. 골목길을 탐미하는 사람으로 삶의 흔적과 옛 것에 대한 향수, 자연미를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거주자의 입장에서 문명에서 후퇴되었기에 개발 혹은 개선되어야 할 것인지 고민이다. 지난주 골목길에 대한 향수와 자연미, 과거와 미래에 대한 변화의 모습과 가치만을 고려하여 사진을 찍으러 터미널에 다시 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골목길 사진을 찍으면서 필자는 과연 이 골목길의 주인이면서 거주자인가 아니면 이방인이며서 단순히 향수만을 그리워하는 자인지 아니면 단순 기록자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최근 제주의 "올레길"과 지리산의 "둘레길"이 생태관광상품으로 명성을 날리자, 많은 지자체들이 앞다퉈 관광상품으로 "00길"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팔랑귀를 가진 필자역시 골목길 탐사코스 혹은 그라피티 탐사코스 등을 만들어 보고픈 욕망도 꿈틀거린다. 그렇지만 이내 필자의 위치에 대한 고민이 높다. 이 질문은 아마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필자의 머릿속을 어지럽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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