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17일 금요일

충남 서북부 해안을 돌다(2)

충남 서북부 자전거 여행기 2탄...

평소 습관대로 일어난 후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으며, 자전거가 찜질방 입구에 고이 놓여져 있길 바라며.. 목욕탕을 빠져 나온다. 
다행히 나의 자전거는 그대로 놓여져 있어, 다행이다.

자전거 여행 2일째. 본격적인 여정에 들어간다.
어제 저녁에 어르신께서 가르쳐준 방향과 길을 생각하며 조금 달리니, 곧바로 석문방조제가 나온다. 어제 그토록 힘들게 찾아다녔던 곳인데, 감회가 남다르다.

석문방조제. 인터넷을 통해 본 방조제의 길이와 실제 거리의 차이가 많이 난다. 열심히 자전거로 달렸지만, 방조제 끝은 보이지 않는다.  내 등뒤에서 뒤따라오던 해는 어느덧 머리위로 향한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그늘이 없는 방조제 위에 이글거리는 태양은 정말 장난이 아니다. 필자의 저질체력은 쉬엄쉬엄 쉬면서 가자고 내 귀에 속삭인다.
결국 필자의 저질체력 회복을 위해 택지 개발 공사구간의 임시로 만든 가교밑에 배낭을 베개삼아 잠깐 누으니 곧바로 꿈속을 헤매인다.

30분정도 단 잠을 자니 조금은 저질체력이 회복된 것 같다.
열시미 페달질을 다시 하니 어느덧 석문방조제를 지난다. 언덕의 구릉을 지나 해안선 도로를 따라가니 어느덧 왜목마을이다.
필자의 배꼽시계도 배가 고프다며 울기 시작해, 점심을 지어 먹을 곳을 찾아보니, 이 곳은 적당하지가 않다. 피서객들이 이미 목 좋은 곳에 자리를 선점하였기에, 주변머리가 없는 필자가 이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에는 적당하지 않았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필자의 배꼽시계에게 대호방조제까지만 기다려달라고 주문을 건다. 

한시간 반정도 지났을까, 무척이나 반갑고 낯익은 풍경이 필자의 시야에 들어온다. 저멀리 동서발전소와 대호방조제가 보인다. 이 곳은 지난해 일터에서 회원들과 함께 에너지기행을 왔던 곳이기에 눈에 익었던 것이다.

이곳부터 대산까지는 한 시름 놓는다. 방조제에 있는 도비도농어촌휴양단지로 들어가 취사를 할 곳을 찾는다. 바닷가 근처의 시원한 곳에 자리를 잡아 취사 준비를 한다. 버너와 쿠펠을 이용해 즉석으로 밥을 짓는다. 그리고 반찬은 인근 슈퍼에서 구입한 햄이다. 당초 베낭의 무게를 고려해 반찬은 구입하지 않은 체 현지에서 바로 구입하기로 했다.
비록 공원내에서는 취사가 금지되어 있었지만, 이를 무시하고 말았다. 비록 반찬은 딸랑 햄밖에 없었지만, 필자의 저질체력을 회복시켜주며 밥 때가 한참이나 지났기 때문인지 꿀맛이다.식사후에 따뜻한 커피한잔의 여휴...

다시 베낭을 정리한 후 이제는 한 숨 잘 곳을 찾아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한참을 헤맨 후에 명당?자리를 발견하여 자리를 펴고 곧바로 베낭을 베개삼아 단잠을 잔다. 아직도 한밤중인데, 주변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이야기 소리, 소란스러운 장난에 놀라 잠을 깬다.
나이 지긋한 분들의 침목회 야유회인가 보다. 여기저기 들려오는 수다와 웃음소리, 그리고 하소연, 한 곳에선 나들이의 필소 요소인 동양화 공부를 위한 장소 선택을 요란하게 하신다. "여기가 좋아", "아니야 여기야", "내가 다른 곳에 찜해 놨어" 등 아마도 한참을 돌아다니셔야 명당을 찾으실 것 같다.

점점 필자가 누운 의자도 위태롭다. 잠에서 깨어나 잠시 멍한 상황에서 필자의 옆자리에 사람이 앉는다. 여기를 떠나야 할 시점인가 보다.
내일 약속을 고려해 대천에서 천안까지 가기 위해서는 태안의 해안도로로 가는 것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 코스를 변경하였다. 태안은 그냥 통과하고 서산A,B 지구를 거처 홍성과 오천항, 대천해수욕장으로 다시 대천역에서 열차를 타고 올라오기로 결심한다.
오늘의 도착점이자 목표점으로 노숙할 곳은 서산A,B지구 인근으로 결정..

간월도가 있는 서산A.B지구를 향해 페달을 밟는다. 대호방조제에서 대산을 거처, 팔봉산을 끼고 부석면을 지난다.
당진은 방조제와 해안선을 끼고 내려왔지만, 각종 공장과 송전탑 등으로 시야가 확 트인 느낌이 아닌 무엇인가 거대한 공룡이 공격하는 풍경이다. 그렇지만 태안의 팔봉면은 바닷가의 고즈넉한 모습과 묘목을 기르는 농업을 하고 있어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다시 가보픈 지역이다.

부석면을 지나니 서선A,B지구 갈림길이 나온다. 이미 날은 어두웠지만 고민이 된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잠자리가 편할 지 말이다. 물론 기본은 노숙이지만, 저렴한 가격의 찜찔방이 존재한다면 이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홍성과 보령으로 내려가야한다면 역 방향보다는 같은 방향인 서산A지구로 가는게 좋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방조제 입구의 휴게소에 잠깐 들려 인근 찜질방 위치를 물어보니에서 이 근처는 없고, 홍성까지 가야한다고 하니 찜질방 가는 길은 포기하고 노숙할 만한 곳을 찾는다.
간월도 인근에 철새 탐방을 위해 새롭게 만든 넓디넓은 주차장이 있어 이 곳에서 노숙할 요령으로 화장실에서 물을 떠와 쌀을 씻고 밥을 짓는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나를 위협하고 공격하는 모기때들로 인해 밥을 먹기가 쉽지 않다. 오늘팔에 앉아 있는 모기를 잡자마자, 왼쪽팔에 앉아 피를 빨아먹는 모기...밥을 짓고 먹는 시간동안 아마도 수십마리의 공격을 당한 것 같다. 설상가상이던가.... 가로등의 불빛은 어두워지면 더욱 밝아지는데... 이곳에서 잠을 자는건 포기하고 간월도인근 번화가로 자리를 옮긴다. 자전거를 타고 숙박할 곳을 찾아봣지만, 마땅한 곳이 없다. 모텔이 있지만 비용이 비쌀 것 같다. 그렇다고 민박을 하고 싶어도 지금 현금이 한 푼도 없기에 고민이다. 한참을 고민한 결과 모텔로 들어가 방 가격을 물으니 크악이다. 한참 실갱이 끝에 조금 가격을 다운받았지만, 찜찜하다. 모텔에 자전거를 들고 들어가 몸을 씻고 누웠지만, 왠지 모를 찜찜함이란.... 비용도 바가지를 쓴 것과 방의 시설도 그다지 좋지 않기에... 기분이 영 좋지 않다. 그렇지만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내일 일정을 다시 머릿속에 그리며,,, 살며시 잠자리에 눕는다.


충남 서북부의 자전거 기행, 마지막 이야기는 곧 이어집니다.

2일째 주행거리 : 10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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