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15일 일요일

반가사유상의 미소와 외로움을 읽다

중앙박물관의 테마전인 "고구려 무덤 벽화속의 인물"과 "신라 토우, 영원을 꿈꾸다", "인도 미술, 신과 인간의 이야기"를 보기 위해서 늦은 아점을 먹고 서울로 향한다.

필자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인 역사와 문화, 생태 그리고 사진이기에.. 박물관의 테마 전시물과 연계하면 나의 지적 성장을 도울 수 있을 것 같은 설레임과 부푼 기대로....

중앙 박물관의 전시 내용은 너무나 방대하고 넓기에 하루에 모든 것을 섭렵할 순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몇 가지 테마를 가지고, 욕심을 부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관람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시작점이 이번 테마전이다. 물론 3월 1일부터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필자의 게으름으로 인해...

고구려 무덤 벽화 속 인물전은 이와 유사한 책을 본 적이 있기에 기억을 되살리면 좋을 것 같은 욕심에 부푼 가슴을 이끌고 전시관을 향했지만, 감신총과 쌍영총의 벽화 인물로 한정한 테마전이었기에 실망감이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물론 필자의 무지로 인한 부분이 크겠지만..... 보다 더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겠다는 기대감때문에.... '기대와 욕심이 크면 실망도 크' 듯이 아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나에겐 실망감으로 되돌아왔다. 물론 혹자는 "양"보다는 "질"이라고 하겠지만 말이다.

실망도 잠시...
감영총과 쌍영총의 인물상과 채색 그리고 건물양식 등 그 시대의 다양한 모습들을 살펴 볼 수 있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집중. 한번 보고 다시 되돌아보고... 가까이서 혹은 멀리 떨어져서....

이번엔 신라관의 토우다. 작으면서 다양한 모습과 표현기법을 선 보인 토우. 이들을 볼 때마다 어릴적 흙놀이가 생각난다. 진흙 또는 찰흙을 빚어 여러 가지 형태를 만들며 놀던 모습.... 어릴적 흙놀이를 통해 희노애락이 있었듯이 우리의 먼 조상들도 토우를 통해서 생로병사와 희노애락을, 그리고 영원한? 생명을 노래했다고 한다. 그리고 일상 삶의 모습과 동식물을 엿 볼 수 있다고.....
토우 눈높이에 맞춰서 혹은 토우들의 옆 모습과 열 지은 토우들을 보면서...

물론 실망도 있었지만, 또 다른 감흥을 얻으니, 이제는 새로운 욕망 즉 회화와 불교 회화를 보고 싶은 욕망에 충실하고 싶다.
느리지만 천천히 한 걸음씩 둘러보며, 아직은 눈 높이가 낮아 잘 모르지만..자주 와서 보면 뭔가 보이지 않을까하는 욕심도 생긴다....

마지막 층이다. 이번 구간에선 "인도미술" 이다. 인도 역시 불교의 발생지이기에 불교 관련 미술이 많을 것으로 예측하였지만, 이 테마 역시 필자의 무지로 인해 실망감과 함께 흥미가 떨어진다. 인도 문화와 역사의 짧은 인식으로 더 심한 자괴감과 함께... 나중을 기약하게 된다.

시간을 확인하면서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불교 장식을 본 후 호기심으로 인한 욕망에 충실하고파..
다양한 불상들을 보면서 무심코 발견한 반가사유상. 물론 필자가 좀더 귀 기울여 살펴봐았더라면 쉽이 찾을 수 있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소중한 사람의 우연한 만남처럼. 반가 사유상의 회유는 아마도 그것보다 더 크다 하겠다. 소리없는 웃음으로 나를 반갑게 맞아주며, 나의 속마음을 아는지 소리없이 이야기를 걸어주며, 나의 반응에 즉자적으로 반응하는 반가사유상.
나에게 웃음으로 위안을 주는 반가사유상과 달리 나는.. 본래 있어야 할 장소에 있지 않고 어두운 공간에서 홀로 외로이 있는 사유상을 보면서 왠지 인간의 끝 없는 욕망과 안쓰러움이 밀려온다. 바로 옆 공간의 전시실 역시 얼굴만 혹은 손목 없이 전시된 부처들을 보면서 자괴감이 든다. 있어야 할 공간에 있지 않고 인간의 욕심때문에. 나 역시 나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전시물을 보면서 또 다른 이율배반을 보면서...

전시 마감시간이 임박해 박물관을 나오며...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흐믓함과 아쉬움 그리고 또 다른 욕망-지속적으로 오고싶다는, 그리고 인간의 욕심때문에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고 우리라는 박물관에 가둬둔 자화상.그리고 나의 또 다른 이율배반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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